그 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때에 선견왕은 생각하였다. '나는 원래 어떤 공덕을 쌓고 어떤 선본을 닦았기에, 지금 이렇게 높고 큰 과보를 얻었는가.' 또 스스로 생각했다.

 '세 가지 인연으로 이 복의 과보를 가지고 왔다. 어떤 것을 셋이라 하는가. 1은 보시요 2는 지계요 3은 선사(禪思)다. 이 인연으로써 이제 이 큰 과보를 얻었다.' 왕은 또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이제 이미 인간과 복의 과보를 받았다. 마땅히 더 나아가 하늘의 복을 받을 업을 닦자. 스스로 자기를 억누르고, 시끄럽고 번잡한 것을 떠나 그윽히 살고 한가히 있음으로써 도를 숭상하자.' 때에 왕은 곧 선현 보녀에게 명령하여 말했다. '나는 이제 이미 인간의 복의 과보를 받았다. 마땅히 더 나아가 하늘의 복을 받을 업을 닦으리라. 마땅히 스스로 자기를 억누르고 시끄럽고 번잡한 것을 떠나 그윽히 살고 한가히 있어 도를 숭상하리라.' 그녀는 '예' 하고 대답한 뒤 대왕의 분부대로 곧 안팎에 명령하여 가까이 모시거나 문안 인사 드리는 것을 금했다.

 때에 왕은 곧 법전에 올라 금루관으로 들어가 은평상에 앉았다. 거기서 탐욕 음욕의 악과 불선을 깊이 생각하여 각(覺)도 있고 관(觀)도 있어 이생희락(욕계악의을 떠남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의 제1선을 얻었다. 각과 관을 덜어 없애고 속마음의 믿음으로써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마음을 오로지 거두어 잡아 각도 없고 관도 없이 정생희락(정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의 제2선을 얻었다. 기쁨을 버리고 마음을 지켜 오로지하여 산란하지 않으며 스스로 몸의 즐거움을 알아 성현들이 구하는 바의 호념락행(생각을 지키는 즐거운 행)인 3선(禪)을 얻었다. 괴로움과 즐거움을 버려 없애고 먼저 걱정과 기쁨을 없애어 괴롭지도 않고 즐거움도 없는 호념청정(생각을 보호해 맑고 깨끗함)의 제4선을 얻었다.

 때에 선견왕은 은평상에서 일어나 금루관을 나왔다. 다시 대정루로 나아가 유리평상에 앉을 때 자심을 닦아 한 세계에 두루 차고 나머지 다른 세계도 또한 그러하여 두루 두루하고 넓고 넓어 둘도 없고 한량도 없었다. 모든 원한을 없애어 마음에 미워함이 없고 고요하고 잠잠하고 사랑하고 부드러움으로써 스스로 즐거워했다. 비심·희심·사심도 또한 그러했다. 때에 옥녀보는 잠자코 스스로 생각했다. '오랫동안 왕의 얼굴을 떠났다. 이제 모셔 뵈옵자. 대왕에게 가자.' 그래서 선현 보녀는 8만 4천의 채녀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마땅히 향탕에 목욕하고 의복을 엄하게 꾸며라. 무슨 까닭인가. 우리는 오랫동안 왕의 안색을 떠났다. 마땅히 한 번 뵈어야 하겠다.'

 모든 여자들은 이 말을 듣고 옷을 정돈하고 목욕해 몸을 깨끗이 하였다. 선현 보녀는 다시 주병보 신하에게 말했다. '4병을 모아라. 우리는 오랫동안 왕을 뵈옵지 못했다. 마땅히 한 번 뵈어야 하겠다.' 주병보 신하는 곧 4병을 모으고 보녀에게 말했다. '4병은 이미 다 모였다. 마땅히 그 때인 줄 알라.'

 이에 보녀는 8만 4천의 채녀를 거느리고 4병의 인도를 받아 황금의 동산으로 갈 때 대중의 진동하는 소리가 왕에게 들렸다. 왕은 그 소리를 듣고 창으로 보았다. 보녀는 곧 앞으로 나아가 창 곁에 섰다. 때에 왕은 보고 곧 말했다. '너는 멈추어라. 앞으로 나아오지 말라. 나는 이제 동산으로 나가려 한다. 때에 선견왕은 곧 파리좌에서 일어나 대정루를 나와 정법전으로 내려갔다. 거기서 보녀와 함께 다린동산으로 나가 자리에 앉았다. 때에 선견왕의 얼굴에는 광택이 나서 보통 때와 달랐다. 선현 보녀는 스스로 생각했다. '지금 대왕의 얼굴 빛은 보통 때에 넘는다. 이것은 무슨 이상한 상서인가'고. 때에 그녀는 곧 대왕에게 아뢰었다. '지금 대왕의 얼굴빛은 보통 때와 다릅니다. 장차 이 이상한 상서는 목숨을 버리려 하는 것이 아닙니까. 지금 이 8만 4천의 코끼리 중에서 백상보가 제일입니다. 금은으로 장식하고 목에 보주를 걸었는데 저절로 왕의 소유입니다. 원컨대 잠깐 생각을 돌리어 함께 서로 즐기소서. 부디 목숨을 버리어 만백성을 외롭게 하시지 마소서. 또 8만 4천의 말 중에는 역마왕이 제일입니다. 8만 4천의 수레 중에는 윤보가 제일입니다. 8만 4천의 구슬 중에는 신주보가 제일입니다. 8만 4천의 여자 중에는 옥녀보가 제일입니다. 8만 4천의 거사 중에는 거사보가 제일입니다. 8만 4천의 찰제리 중에는 주병보가 제일입니다. 8만 4천의 성 중에는 구시성이 제일입니다. 8만 4천의 궁전 중에는 정법전이 제일입니다. 8만 4천의 다락 중에는 대정루가 재일입니다. 8만 4천의 자리 중에는 보식좌가 제일입니다. 8만 4천억의 옷 중에는 유연의가 제일입니다. 8만 4천가지의 음식은 맛맛이 진귀합니다. 무릇 이런 온갖 보배는 다 왕의 소유입니다. 원컨대 잠깐 생각을 돌려 이들과 함께 서로 즐기시고 부디 목숨을 버리어 만백성을 외롭게 하시지 마소서.'